
오늘, 한 번 크게 짜증을 냈습니다. 별로 중요한 일을 하던 중도 아닌데, 급작스럽게 나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 상대방에게 화가 치솟습니다. 그리고 밖으로 뛰쳐나와, 먼 곳까지 쭉 뻗어 있는 길을 걷다보니 슬슬 나의 짜증에 대한 후회가 올라옵니다. 보통은 웬만해서는 후회를 하지 않지만, 한 번 떠오른 후회라는 감정은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나에겐 순간의 작은 짜증이었을지 모르지만, 누군가에게는 큰 상처 혹은 꽤나 오랫동안 남을 안좋은 기억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습니다. 순수하고 과학적인 호기심으로, 왜 짜증이 났을까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해봅니다. 내가 뭔가를 하고 있을 때 방해받거나 혹은 내가 함께 하려던 것에 상대방이 반응하지 않을 때, 짜증이 났다는 단순한 가정에서 생각을 시작해봅니다. 조금..

요즘 TV에서 자연과 가깝게 다가가는 프로그램이 인기다.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는 전 세계의 자연을 보여주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인기 요소였으며, 「삼시세끼」 는 어찌나 인기가 많았으면 Light를 달고 다시 편성되어 방영되겠는가. 자연과 가까워지는 캠핑이라는 행위도 급작스럽게 대중화되면서, 낭만을 표방하는 대표적인 활동이 되었다. 연제저수지를 돌아 출근하면서, 나 조차도 가끔 자연이 만들어놓은 경치에 감탄하곤 한다. 자연과 낭만. 누가 감히 둘 사이를 갈라놓을 수 있겠는가? 리처드 도킨스는 「무지개를 풀며(Unweaving the Rainbow)」(1998)에서 과학이 낭만을 차가운 현실로 끌어내려 우리의 감수성을 헤치고 있다는 터무니 없는 말에 대해 항변한다. 자연의 부드러움에 반해 과학이 딱딱하다..

우주에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별들이 있다. 너무 많아서 그 종류를 헤아리기 힘들 것처럼 느낄 수도 있지만, 분류의 전문가인 인간은 그래도 이걸 해냈다. 20세기 초, 하버드 천문대에 있던 Harvard Computers라 불리던 여성 모임은 별의 밝기 변화를 분석하고, 별의 스펙트럼에 따라서 수많은 별들을 하나의 체계에 묶어냈다. 여기의 헨리에타 스완 리비트(Henrietta Swan Leavitt)는 세페이드 맥동 변광성의 주기-광도 관계를 밝혀내 허블(Edwin Hubble)의 우주 팽창 발견을 이끌었으며, 애니 점프 캐넌(Annie Jump Cannon)은 OBAFGKM이라고 잘 알려진 현대의 별 분광형 체계를 만드는데 큰 기여를 했다. 이때 밝혀진 별의 분광형 순서 OBAFGKM은 별..

카메라가 보는 빛, Light recorded by camera 사람들이 보통 가장 먼저 접하는 별은, 밤하늘에 그려진 상상의 그림 속 별이다. 별자리라고 부르는 밤하늘의 지도를 접하면서, 각 별자리에 담긴 이야기를 듣는다. 그러다 별 하나하나를 자세히 살펴보면, 별빛의 세기가 각각 다르다는 것도 알아챌 수 있다. 그리고 그 별들에게 작은 망원경이라도 가져다 대면, 맨눈으로 별의 색도 꽤 다양하게 느낄 수 있다. 여기에 카메라를 붙이고 ‘약간의’ 시행착오를 거치면, 디지털 매체를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는 아름다운 천체사진까지 얻을 수 있다. 마치 늦은 오후 카페의 안락한 소파에 깊숙이 앉아 커피의 깊은 향을 느끼듯이, 어두운 밤하늘과 적당한 장비, 거기에 여유가 더해지면 더 깊은 우주의 아름다움을 사진에..

우리 눈이 보는 색, Colors through human eyes 우리 눈이 받아들이는 색은 의외로 코에서 느끼는 향기와 비슷하다. 둘 다 그 정체를 정량적으로 혹은 말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우리 몸은 생각보다 자세히 그리고 직관적으로 명확하게 구분해낸다. 코는 향을 분광기처럼 분해해서 향기 스펙트럼으로 만들어 인식한다. 픽셀은 하나지만, 향의 스펙트럼을 얻어내는 도구라고 할 수 있다. 수 천 개에 달하는 기본 물질에 반응하는 후각 세포가 각각의 향마다 반응하는 세포를 기억해뒀다가 재생한다고 말할 수 있다. 만약 앞서 이야기한 빛 스펙트럼과 비교한다면, 수 천 개의 파장을 가진 향기 스펙트럼이 우리 뇌로 들어가서 다양한 자극을 분리하여 인식한다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우리는 향을 ‘분리’해낼 수 있..

스펙트럼 Spectrum 나는 커피를 좋아한다. 처음에는 카페라는 공간을 좋아해서, 자주 커피를 마시게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잘게 쪼갠 커피 원두를 뜨거운 물로 내려내는 단순한 드립 커피에서 복잡한 기계로 순식간에 뽑아내는 에스프레소까지, 점점 다양한 커피를 맛보게 되면서 더욱 좋아지게 되었다. 어떤 것이 먼저인지는 모르겠으나, 다양한 것을 접하는 것과 좋아하게 되는 것은 함께 간다. 좋아하게 되어서 더 다양한 것을 찾기도 하고, 그 다양하고 넓은 세계를 체험하며 더 좋아지기도 한다. 커피의 매력은 와인과 비슷하다. 단순히 카페인이나 알코올에 취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점점 경험이 늘어갈수록 다양한 기법들을 익히게 된다. 무언가를 즐길 때 혀뿐만 아니라 코를 의식적으로 사용할 수 있..
세상의 거의 모든 것들은 호불호好不好가 갈린다. 양갱을 좋아하거나 싫어하거나, 바다를 좋아하거나 싫어하거나, 연필을 좋아하거나 싫어하거나. 호불호는 한 인간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방법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나를 즐겁게 해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나의 가치 척도를 나타내기도 한다. 사람들은 나를 즐겁게 해주는 것에 보통 가치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당연하겠지만, 그런 이유로 내가 좋아하는 것은 나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것들이다. 사람이 될 수도, 물건이 될 수도, 음식이 될 수도, 장소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상호작용이라는 것은 항상 일시적이다. 사람은 시간이나 상황에 따라 변하고, 물건은 낡거나 고장 나고, 음식은 먹으면 없어지고, 더 이상 나를 받아들이지 않는 장소도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내가..
이 자료는 2021년 12월 충남대학교 학생을 위한 특강으로 진행된 것입니다. 별 스펙트럼의 원소 흡수선을 가지고 별을 어떻게 분류해냈으며, 천체물리학적으로 원소 흡수선의 세기를 예측하고 계산하여스펙트럼으로부터 별 대기의 정보를 알아내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아래 예제는 별 스펙트럼에서 보이는 흡수선의 세기가 어떻게 결정되는지,Saha Equation과 Boltzmann Equation을 이용하여 간단히 계산해보는 코드입니다. 세실리아 페인(Cecilia Payne-Gaposchkin)이 했던 작업을 가볍게 재현해보는 과정입니다. 0. Lecture Note 1. Prepare Python Tools - the code requires numpy, matplotlib - recommend to..
대물프리즘을 활용하여 촬영된 남반구 별들의 스펙트럼 이미지로부터, 각 별을 구분하여 인식하고, 각 별의 스펙트럼을 추출하여 교육용으로 활용하고자 합니다. 이미 분광 표준별에 대한 스펙트럼은 따로 가지고 있으므로 여기서 추출한 스펙트럼을 활용하면 그 표준별 스펙트럼과 비교하여 다양한 별들의 분광형 분류를 직접 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1. 준비물 - Python 2.7 Ananconda package) - 대물프리즘 이미지(.tif)가 저장된 폴더; 적위별로 폴더 존재 ex) m01.0/4812_1648m1.0.tif - 알려진 별위치 정보 파일 (PPM catalog) https://www.dropbox.com/s/hdv8i8ujek3wzgz/ppm_b12.npy?dl=0 - 대물프리즘 이미지로 분석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