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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형 별로 살 것인가, M형 별로 살 것인가

Psychedelic COSMOS 2024. 9. 24. 18:15

우주에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별들이 있다. 너무 많아서 그 종류를 헤아리기 힘들 것처럼 느낄 수도 있지만, 분류의 전문가인 인간은 그래도 이걸 해냈다. 20세기 초, 하버드 천문대에 있던 Harvard Computers라 불리던 여성 모임은 별의 밝기 변화를 분석하고, 별의 스펙트럼에 따라서 수많은 별들을 하나의 체계에 묶어냈다. 여기의 헨리에타 스완 리비트(Henrietta Swan Leavitt)는 세페이드 맥동 변광성의 주기-광도 관계를 밝혀내 허블(Edwin Hubble)의 우주 팽창 발견을 이끌었으며, 애니 점프 캐넌(Annie Jump Cannon)은 OBAFGKM이라고 잘 알려진 현대의 별 분광형 체계를 만드는데 큰 기여를 했다. 

Harvard Computers. 왼쪽에서 세번째에 계신 분이 헨리에타 스완 리비트, 중앙의 맨 앞에 돋보기를 들고 있는 분이 애니 점프 캐넌이다. (https://en.wikipedia.org/wiki/Harvard_Computers)

 

이때 밝혀진 별의 분광형 순서 OBAFGKM은 별의 표면온도 순으로 기술된 것이며, O형 별의 표면이 가장 온도가 높고 M형 별의 표면 온도가 가장 낮다. 분류 결과가 보여주듯이 별 스펙트럼을 결정 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별의 온도이다. 아래 그림에서처럼, 표면온도 때문에 O형 별의 스펙트럼은 매우 매끄럽고 M형 별은 거의 모든 원자에 의한 흡수선들이 나타나며 매우 지저분한 형태의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 또한 별의 진화 과정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O형 별은 질량이 매우 크기에 중심부 온도가 매우 높고, 매우 빠르게 핵융합 반응을 일으켜 수명이 수 백 만년 정도로 매우 짧다. 반면 M형 별은 핵융합 반응이 천천히 일어나서 중심부에서 수소 연료를 소모하는데 우주의 나이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분광형 별 스펙트럼 차이 (Bagnulo et al. 2003)

 

스펙트럼에서 보듯이 O형 별은 별 표면온도가 너무 높기에 별의 대기에 있는 대부분의 원자들이 이온화 되어버려 흡수선이 많지 않다. 따라서 분광 스펙트럼을 통해서 별의 대기의 성분을 알아내기가 쉽지 않다. 즉, 밖에서 볼 때 별의 화학적 특성을 알아채기 어려운 것이다. 반면, M형 별은 다양한 원소의 흡수선을 보여주기에, 외부에 자기 자신을 너무 잘 보여준다고 말할 수 있다. 걱정과 숨김 없이, 자신의 속마음을 모두에게 보여주는 것은 어찌보면 상당히 편안한 삶이기도 하다. 

 

에너지 관점에서 보면, O형 별은 자신이 가진 연료를 빠르게 태우며 누구보다 밝게 빛나지만 외부에서 자신의 구성 성분, 자기 내부의 세세한 모습을 알아채기 어렵다. 바로 자신의 에너지를 자신 겉모습을 매끄럽고 밝게 빛내는데 다 쏟아붓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명 또한 짧다. 그러나 M형 별은 자신의 가진 연료를 누구보다 천천히 태우며 어둡지만, 자기 자신의 내부 모습은 스펙트럼을 통해 굉장히 자세히 드러낸다. 그리고 오래 산다. 

분광형에 따른 별의 특성 (https://en.wikipedia.org/wiki/Stellar_classification)

 

우주에 분포하는 별들의 숫자에서도 둘은 많이 다르다. O형 별은 우리 은하에 그 숫자가 매우 적다. 수명이 짧기 때문일수도 있지만, 큰 분자운이 한꺼번에 하나로 뭉치는 일이 그렇게 쉽지는 않은가 보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M형 별은 O형 별에 비해서 약 1,000배 이상 많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여기서 예상한다는 것의 의미는, 너무 어두워서 가까이 있는 별들만 확인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별이 만들어지는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겠지만, 통계적으로 밝혀진 사실 자체는 정확할 것이라 생각한다. 

 

O형과 M형 별은 삶의 방식도 서로 다르다. O형 별은 수명이 짧기도 하지만, 죽으며 초신성 폭발을 일으키며 자신이 가진 것을 주변에 뿌린다. 이런 질량이 큰 별의 초신성 폭발은 우주의 원소 분포에 아주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지구에 흔한 대부분의 원소는 이런 무거운 별의 초신성 폭발이 만들어낸다. 우주에 다양한 원소를 흩뿌리며 자신의 삶을 마감하는 O형 별의 희생은 인간적으로 매우 존경스럽다. 그러나 일반적인 M형 별은 아직 죽음에 도달한 별이 없을 것이라 예상한다. 물론 적당히 질량이 큰 별이 진화를 거치며 M형 거성(giant)로 성장하기도 하지만, 통상적인 M형의 별은 수명이 매우 길다. 그리고 천천히 식어가며 자신의 삶을 조용히 마감한다. 

 

O형 별이 우리 눈에  잘 띄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O형 별은 아래 장미성운처럼 강한 자외선으로 주변의 수소 기체를 전리시켜 아름다운 성운을 곁에 두고 있는 경우도 많다. 아주 먼 거리에서도 눈에 돋보이며 주변에 아름다운 성운을 휘두르며 멋진 삶을 사는 O형 별이 부러울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배경에는, 잘 보이지도 않지만 훨씬 더 많은 M형 별이 조용히, 그리고 훨씬 더 오랜 시간동안 자신의 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있다. 멋지게 빛나지만 자신의 속내를 외부에 알리지 못하고 빠르게 삶을 마치는 O형 별로 사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이 우주를 처음부터 묵묵히 지켜보며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는 M형 별이 되는 것이 나을까? 

 

NGC2244, 장미성운 (전남 고흥, 김태우, 2016. 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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