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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wing Stars] 별은 어떻게 빛나는가? (2)

Psychedelic COSMOS 2024. 3. 26. 18:44

우리 눈이 보는 색, Colors through human eyes

 

우리 눈이 받아들이는 색은 의외로 코에서 느끼는 향기와 비슷하다. 둘 다 그 정체를 정량적으로 혹은 말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우리 몸은 생각보다 자세히 그리고 직관적으로 명확하게 구분해낸다. 코는 향을 분광기처럼 분해해서 향기 스펙트럼으로 만들어 인식한다. 픽셀은 하나지만, 향의 스펙트럼을 얻어내는 도구라고 할 수 있다. 수 천 개에 달하는 기본 물질에 반응하는 후각 세포가 각각의 향마다 반응하는 세포를 기억해뒀다가 재생한다고 말할 수 있다.

 

만약 앞서 이야기한 빛 스펙트럼과 비교한다면, 수 천 개의 파장을 가진 향기 스펙트럼이 우리 뇌로 들어가서 다양한 자극을 분리하여 인식한다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우리는 향을 분리해낼 수 있다. 삼겹살 굽는 냄새와 청국장 냄새가 섞여 있어도, 에스프레소와 크로와상의 향기가 섞여 있어도 우리는 각각을 따로 인식한다.

 

눈 또한 코처럼 빛을 받아들이는 수 억 개의 신경 세포가 존재한다. 그러나 코에 있는 후각 세포가 수 천 가지의 향에 반응하는 것에 비해, 눈에서 빛을 감지하는 원추세포(cone cell)가 인식하는 빛 스펙트럼은 그 종류가 세 개에 불과하다. 정확히는 간상세포(rod cell)도 있으니 네 종류라고 할 수도 있겠다. 간상세포는 빛의 명암만 감지하는 대신 망막에 넓게 분포해 있으며, 원추세포는 개수는 적지만 세 종류가 있어서 색을 인식할 수 있다.

 

그러나 하나의 시각 세포가 인지하는 색의 종류가 세 개뿐이라고 눈을 무시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눈은, 코가 할 수 없는 3차원 공간을 인식하는 중요한 일을 하기 때문이다. 각각의 시각 세포가 받아들이는 자극의 세기와 더불어, 각 세포의 위치 정보까지 뇌로 전달되면서 우리는 우리 앞의 시야를 공간적으로 인식한다. 거기에 세 종류의 원추세포에서 오는 자극을 통합하여 색 정보까지 입히면, 비로소 우리가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이 완성된다.

 

눈이 얼마나 훌륭한 감각 기관인지는 아마 대부분 이미 느끼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시각의 기능보다는 원추세포가 반응하고 뇌에서 해석하여 느끼게 되는 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초등학교 때, 왜 하필이면 빛의 삼원색이 빨강, 초록, 파랑이냐에 대해 선생님께 질문해 본 사람이 있다면, 이제부터 이야기하고자 하는 내용을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우리 눈에서 색을 인지하는 세 종류의 원추세포가 각각 자극 받았을 때, 뇌가 느끼는 색이 각각 빨강(R), 초록(G), 파랑(B)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각각의 원추세포가 반응하는 파장이 빨강, 초록, 파랑 빛의 파장이라고 할 수도 있다. 

 

코의 후각 세포가 정해진 물질에만 반응하듯이, 각각의 원추세포가 딱 하나의 정해진 빛 혹은 색에만 반응할 것이라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물리의 세계는 열쇠와 자물쇠 시스템이 아니다. 각각의 원추세포는 딱 하나의 파장에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파장에 따른 반응도가 연속적으로 변화한다. 다만 원추세포 별로 가장 반응도가 높은 파장이 있다고 말할 수는 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가장 반응도가 높은 파장을 원추세포가 반응하는 대표 파장이라고 이야기할 뿐이다. 실제로 세 종류의 원추세포는 꽤 넓은 파장 영역에서 빛에 반응하며 일부는 서로 겹쳐져 있다(그림 3).

그림 3 파장에 따른 원추세포의 반응 함수 및 간상세포의 반응 효율

 

주변에서 나에게 오는 빛은 대부분 블렌딩 커피처럼 여러 파장의 빛이 섞여 있다. 예를 들어 하늘에 떠있는 태양은 거의 모든 파장에서 강한 빛을 낸다. 따라서 인간이 가진 세 종류의 원추세포도 모두 햇빛의 스펙트럼에 맞춰 진화해왔을 것이다. 그래서 햇빛이 가장 강하게 나오는 파장 영역에 세 종류의 원추세포와 간상세포가 나란히 분포한다. 그리고 세 가지 원추세포가 모두 자극 받으면, 우리 뇌는 햇빛과 유사한 하얀색이라고 인식한다.

 

그런데 뇌에서 인지하는 색이라는 것이 세 종류의 원추세포로 들어오는 반응의 총합이기 때문에, 색은 세 가지 숫자로 정량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 그래서 디지털 카메라는 외부에서 오는 빛을 각각의 픽셀에 세 개의 숫자로 저장하고, 모니터는 그렇게 저장된 세 개의 숫자를 다시 화면의 픽셀로 재생한다. 이제는 디지털 카메라로 저장되고 모니터 화면에서 재구성된 풍경과 실제 풍경을 점점 구분하기 힘들어질 정도로 을 다루는 기술이 좋아지고 있다. 당연히 원추세포의 반응 함수를 이용하여 정밀하게 설계된 LED 전등 빛은, 실제 태양의 하얀색 햇빛과 맨눈으로 구분하기 어렵다(그림 4).

그림 4 햇빛과 LED 의 스펙트럼, 그리고 원추세포 반응 함수

 

이제 눈의 원추세포가 파장에 따라 어떻게 반응하고, 모니터가 색을 정량적으로 어떻게 구현해내는지 알아냈으니, 몇 가지 재미 있는 실험을 해볼 수 있다. 첫번째로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스펙트럼, 햇빛을 프리즘 등으로 분광했을 때 만들어지는 빨주노초파남보의 무지개 색 띠를 가상으로 만들어보자. 햇빛의 스펙트럼을 원추세포의 RGB 반응 함수에 넣어보는 것이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파장이 가장 짧은 쪽에 있는 보라색이다. 우리는 빛의 삼원색을 배우면서 빨강과 초록이 합쳐지면서 노랑(yellow)’이 만들어지고 초록과 파랑이 합쳐지면서 밝은 파랑(cyan)’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안다. 그런데 보라색은 파장이 가장 짧은 파랑과 파장이 가장 긴 빨강이 더해져야 한다. ‘자홍색(magenta)’이 만들어져야 하는 것이다. 빨강 원추세포와 파랑 원추세포가 동시에 강하게 반응하는 파장은 없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빨강 원추세포는 파장이 매우 짧은, 파랑의 끄트머리에서 빛과 약하게 반응한다. 그래서 파장이 아주 짧은 쪽에서는 빨강과 파랑이 합쳐진 보라색을 보게 되는 것이다.

 

 

그림 5 원추세포의 반응 함수를 이용하여 합성한 햇빛 스펙트럼 색

 

우리 눈은 수 백 만개에 달하는 다양한 색을 감지하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우리 눈은 세 종류 자극의 세기만 정량적으로 분석 가능한 것이다. 수많은 색을 이런 숫자 3개의 조합으로 표현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파장별 빛의 세기를 알아내려면 원하는 파장의 숫자 만큼 세기 정보가 있어야하는 것이다. 그래서 천문학에서는 분광기의 성능을 나타내는 지표로, 분해 가능한 파장 숫자와 관련된 분광 분해능(spectral resolution, R)이라는 것을 사용한다.

 

분광기 중에서 가장 단순한 것이 보통 분해능, R = 1,000 정도를 가진다. R값이 1,000이라는 것의 의미는, 원하는 파장에서 1,000분의 1 정도되는 촘촘한 눈금을 가지고 세기를 읽어낸다는 뜻이다. 즉 분해능이 R = 1,000인 분광기라면, 500 nm 근처에서 그 파장 눈금이 0.5 nm 정도가 된다는 뜻이다. 이 정도로 촘촘한 눈금으로 사람이 볼 수 있는 400 nm에서 700 nm까지의 스펙트럼을 얻으면, 그 숫자의 총 개수는 약 600개가 된다. 반면 우리 눈이 얻는 숫자는 3개에 불과하다. 천문학에서 분광을 하여 스펙트럼을 얻으면, 우리 눈이 느끼는 정보량에 비해 최소 200배 정도 많은 정보를 단번에 얻을 수 있다. 

 

참고:

https://www.science.org/content/article/human-nose-can-detect-trillion-smells

https://cie.co.at/data-tables

Williamson, S. J. and Cummins, H. Z., Light and Color in Nature and Art, Wiley, 1983

https://www.nrel.gov/grid/solar-resource/spectra.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