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Private

[Glowing Stars] 별은 어떻게 빛나는가? (1)

Psychedelic COSMOS 2024. 3. 26. 10:20

스펙트럼 Spectrum 

 

나는 커피를 좋아한다. 처음에는 카페라는 공간을 좋아해서, 자주 커피를 마시게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잘게 쪼갠 커피 원두를 뜨거운 물로 내려내는 단순한 드립 커피에서 복잡한 기계로 순식간에 뽑아내는 에스프레소까지, 점점 다양한 커피를 맛보게 되면서 더욱 좋아지게 되었다. 어떤 것이 먼저인지는 모르겠으나, 다양한 것을 접하는 것과 좋아하게 되는 것은 함께 간다. 좋아하게 되어서 더 다양한 것을 찾기도 하고, 그 다양하고 넓은 세계를 체험하며 더 좋아지기도 한다.

 

커피의 매력은 와인과 비슷하다. 단순히 카페인이나 알코올에 취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점점 경험이 늘어갈수록 다양한 기법들을 익히게 된다. 무언가를 즐길 때 혀뿐만 아니라 코를 의식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고, 그 감각이 시간과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것을 느낄수 있게 된다. 나는 이것을 체험 혹은 경험의 차원이 증가한다고 말하고 싶다. 감각이 예민해지는 것과는 전혀 다른 영역이다. 감각이 맛에서 향으로 범위를 넓히며 차원이 하나 늘고, 일시적인 감각에서 시간이라는 차원을 더해 변화를 느낄 수도 있다. 감각의 차원이 늘어갈수록 대상의 더 깊은 이야기를 알아챌 수 있다. 커피 한 모금으로, 원두 로스팅의 강도부터 품종과 산지까지 구분해낼 수 있는 것이다.

 

나는 분광을 하는 천문학자다. 분광이라는 방법은 그간 우리가 우주를 살펴보기 위해 사용해왔던 전통적인 관측 방법 중에 가장 훌륭하다. 천문학자가 가장 저렴하고 쉽게 구할 수 있는 실험 재료는 빛이다. 분광은 그 재료인 을 가장 알뜰하게 담아서 음미하며 깊게 들이마시는 방법이다. 우주가 우리에게 보내주는 실낱 같은 빛 다발을 펼쳐, 그 감각의 차원을 늘려준다. 그리고 별들이 어떻게 빛을 내고 있는지 그 이야기를 살짝 들려준다.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빛은 무언가를 섞어 놓은 블렌딩(blending) 커피와 같다. 여러 가지 기본 빛깔이 적정 비율로 섞여서, 자연의 빛을 만들어낸다. 여기서 기본 빛깔이라는 것은, 햇빛이 프리즘을 통과할 때 나타나는 무지개 띠에서 볼 수 있는 각각의 색이라고 할 수도 있다. 잠시 일상의 단어에서 벗어나 조금 더 과학적인 언어로 표현해보자. 과학자는 빛을 전자기 파동’의 총합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앞서 이야기한 '기본 빛깔'을 물리 단위인 파장’으로 표현하면 정량적으로 다룰 수 있다. 그래도 여러 파장의 기본 빛깔이 섞여서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빛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은 동일하다.

 

당연하겠지만 반대로 일상의 빛을 파장별로 분리해내면, 우리에게 친숙한 무지개 띠가 된다. 이와 같이 서로 다른 파장의 전자기파가 뒤섞인 빛 덩어리를 파장에 따른 세기로 잘 정렬하여 펼쳐 놓은 것을, 과학자는 '빛의 스펙트럼'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과학자가 스펙트럼이라고 부르는 것과 우리가 일상에서 색이라고 부르는 것의 차이가 간혹 우리를 혼돈에 빠뜨린다. 그러니 먼저 우리에게 친숙한 색과 스펙트럼과의 관계를 먼저 살펴보자.

 

그림 1 북극성(Polaris) 스펙트럼. 노란색의 밝은 영역을 그림2에서 확대하였다. (출처: 전남 고흥 덕흥천문대)
그림 2 북극성(Polaris) 스펙트럼의 일부 확대 모습. 중앙에 강한 나트륨(sodium) 흡수선이 보인다 (출처: 전남 고흥 덕흥천문대)